가을의 밤, 수원 화성
수원에 살다 보니 제일 많이 가는 곳이 수원화성이다. 부산에 지낼 때는 광안리 바닷가를, 수원에선 수원화성을. 날씨가 좋거나, 바람이 알맞거나, 심심하거나 하면 일단 나가고 싶어 진다. 그것도 얼마 안 남은 늦가을 어디쯤, 또 다시 수원화성으로 향했다.
버스 내리는 곳은 장안문 근처. 장안문에서 용연쪽으로 걸을 것이냐, 화서문 쪽으로 걸을 것이냐는 그 순간의 선택에 맡긴다. 좀 걷고 싶으면 화서문쪽으로 가고, 멍 때리면서 쉬고 싶을 때는 용연 쪽으로 간다. 이번에는 좀 걷고 싶어서 화서문쪽으로 향했다.
삼각대 없는 준망원렌즈여서 손각대로 멀리멀리 있는 서장대도 찍어보고. 화각이 옛날 렌즈랑은 달라서 옛날엔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장면을 찍을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다. 이래서 많은 렌즈를 사람들이 사나 보다.
결국 화서문까지 걸어 걸어. 이왕 온 김에 조금 더 걸어 올라가 보기로 한다.
서북각루 바깥쪽 성곽길로 올라갈 수 있는데, 가을이 되면 여기 억새가 있다. 낮에도 이쁘고, 밤에도 이쁘다. 가을 낮의 억새 밭 앞에는 수많은 인증샷 찍는 젊은이들이 있다. 서로 찍어주는 젊은이들을 보면 참 좋을 때단 생각이 든다.
다시 걸어걸어 장안문까지. 삼각대를 귀찮아서 안 들고 갔는데 역시 밤에 찍으려면 필요한가 보다. 감도를 높여서 찍고 나면 찍는 순간엔 괜찮아 보이지만 막상 돌아와서 보면 아쉽다.
장안문 쪽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뷰. 북동포루/방화수류정/동북포루까지 한 번에 보이는 곳이다. 성벽이 괜찮게 뻗어져 있으며 그 사이사이 있는 포루들이 더 멋있게 만들어준다. 근처를 지날 때면 여기는 항상 찍는다. 생각보단 길게, 하지만 그렇게 많이 걷지 않은 날. 가을이 다 지나가기 전에 또 와야지란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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