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 담은 옛 유럽여행 - 스위스
멘탈이 살짝 나간 상태로 어쩔 수 없이 다음 목적지 열차를 탔다. 다음 목적지는 스위스. 멘탈이 나갔지만 뭐 어쩔 수 있나라는 해탈한 상태가 되었다. 일어난 일은 어쩔 수 없지란 생각이 이때부터였나 보다. 그런 상태로 기차를 타고 가다 창 밖을 보니 뷰가 환상이었다. 물 색깔도 너무 이뻤고 그 멀리 있는 산까지 너무 멋져 보였다. 이래서 스위스스위스 하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한참을 그렇게 구경하니 어느덧 목적지인 인터라켄에 도착.
인터라켄은 정직하게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호수 두개 사이의 동네이다. 호수 색깔은 하늘색과 에메랄드색 그 사이 어디쯤 색깔. 숙소로 향하는 길 풍경도 너무 멋졌다. 길 가다가 사진 찍고, 잠시 구경하고.
숙소에 짐을 두고 나왔다. 나오면서 길가다 만난 래프팅 홍보하는 사람한테 가서 래프팅을 신청했다. 190유로라 생각보다 비싼 가격이었지만 인터라켄 풍경에 래프팅은 재밌을 거 같아서 무리했었다. 예약을 하고 간단한 점심으로 샌드위치와 콜라를 사서 잔디밭 근처로 갔다. 좋은 경치와 별로인 점심. 마침 사간 콜라는 바닐라 맛이었고 정말 맛없었다. 콜라는 오리지날이지.
간단하게 점심을 챙기고 걸어 다니다가 산 위로 올라가는 열차를 발견했다. 산 위로 가는 열차라니. 바로 가서 타보기로 했다. Harder Kulm이라는 곳. 급한 경사를 오리는 열차도 신기했고 산 위에서 내려다볼 생각에 신났었다. 작은 열차는 아래 경치를 볼 수 있도록 유리창으로 되어 있었고 내려다보는 뷰는 역시 좋았다.
왼쪽 호수, 오른쪽 호수도 보이고 그 사이 인터라켄이 보이고. 역시 경치는 위에서 아래로 봐야 제대로 보는가 보다. 낮풍경 중에서 제일 좋았던 순간. 이쪽에서 보고, 저쪽에서도 보고. 그 산 위를 둘러보다 미끄럼틀도 있길래 한 번 타보고. 훗 날 찾아갔을 땐 없었지만 생각보다 재밌었던 미끄럼틀이었다.
한참 구경을 마치고 내려와서 숙소에서 수건 하나 챙기고 래프팅하러 향했다. 잔디밭에서 픽업하고 래프팅 하는 장소로. 회색깔 강에서 했던 래프팅. 한국에서 1번인가 2번인가 했었는데 물살이 세서 그런지 더 재밌었고 주변의 경치는 이국적이라 더 신기한 경험이었다. 둘러보는 맛이 있었다. 1시간 정도 래프팅하고 가게에서 빵과 치즈, 그리고 맥주를 줬다. 그 맛은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별 다를 거 없는 빵과 치즈 덩어리에서 잘라 준 치즈 조각, 그리고 이름도 기억 안나는 맥주였지만 물놀이 이후 허기진 상태에서 먹었던 그 맛은 진짜 환상이었다. 정말 맛깔난 액티비티를 즐긴 느낌. 이 느낌을 잊을 수 없어 훗 날 또 했었지.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다음 날이 밝았다. 친구가 일어나지 않아 혼자서 아침 산책을 했다. 거리도, 동네를 가로지르는 강도, 약간 쌀쌀했던 바람도, 물에 비치는 햇살까지 그 모든 분위기가 좋았다. 지도도 없고 해서 간단히 한 바퀴 돌아봤던 산책. 뭐든 안 좋을까. 인터라켄 경험이 너무 좋아서 다시 꼭 와야겠단 다짐을 했었다. 야간열차를 잃어버린 탓에 취리히로 빨리 향해야 했다. 그래서 더 아쉬움이 남아서 그 다짐이 세게 남았다.
취리히에 도착하고 야간 열차를 끊고 할 게 없어 공원에서 그때까지의 여행 정리를 했다. 1/3정도 지난 지점. 아직 좀 남아서 길긴 길구나라는 생각과 1/3이나 지났구나라는 아이러니한 생각과 잃어버린 카메라 생각까지. 그렇게 쉬다가 역 근처로 다시 왔다. 취리히에 있는 강에서 사람들이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한강에서는 이런 사람이 없는데 신기했다.
거기다 강에 줄을 설치해서 외줄타기하는 사람들을 발견. 참 별의별걸 다하는 구나라는 생각과 재밌게 하고 싶은걸 잘 즐기네란 생각이 들었다. 한참 구경하면서 떨어지면 같이 아쉬워하고 잘하면 계속 구경했다. 그러다 다시 길을 거닐고 강가 근처에서 우리도 발을 담가 쉬기도 하고. 모든 게 유별나게 자유롭고 좋아 보였던, 정말 다시 오고 싶었고, 다시 와야겠다 다짐을 했던 스위스였다.
우리가 타야 했던 건 야간열차였기에 적당한 식량을 사서 역으로 향했다. 짧은 스위스라 너무 아쉬웠지만 뭐든 아쉬움이 좀 남아야 여운이 가지. 그렇게 우린 야간열차를 타고 다음 목적지인 체코, 프라하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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