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야등. 갑자기 야간등산이 하고 싶었고 헤드랜턴을 집 앞 마트에서 샀다. 좋은 걸 사서 다음에 갈까 하다가 기다리다 안 가겠다 싶어 괜찮은 거 하나 사들고 광교산으로 향했다. 첫 야등이기에 익숙한 산으로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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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한 광교 저수지에선 노을이 지고 있었다. 하늘색이 이뻤다. 조금 어두워지는 듯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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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랜턴 성능은 확실했다. 머리에 끼고 향하니 길은 잘 보였다. 그래도 전체적인 길은 보이지 않아 경사를 가늠하기 쉽지 않았다. 페이스 조절이 일반 등산과는 좀 다른 느낌. 올라가는 길에 나무들 사이로 부스럭 거리길레 멧돼지가 있나 싶었다. 중간에 쉴까 생각도 했지만 무서워서 조금 더 페이스를 올려 올라갔다.
그리고 헤드랜턴 안좋은 게 머리에 오래 쓰고 있으니 관자놀이가 아파왔다. 그렇다고 줄을 늘리면 고정이 안될 테고.
광교산 초입에서는 터널이 근처에 있어 차 소리가 많이 났는데 올라갈수록 차 소리는 줄어들고 가을벌레들의 울음소리만 들려왔다. 올라갈수록 페이드인, 아웃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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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야등에 페이스를 올렸더니 낮에 올라왔던 것보다 빨리 도착했다.
메고 간 카메라와 삼각대를 대충 설치하고 사진을 찍었다. 등산 장비보단 카메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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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높은 곳에서 야경을 보는 게 제맛이다. 낮에 보는 광교산 뷰와는 또 다른 느낌. 맘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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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 전체적인 뷰도 보였다. 줌으로 많이 댕겨야 볼 수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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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하는 라이팅 글쓰기. 형제산 정복. 야등 할 때마다 남겨볼까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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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좋은 자리에 앉아 초코바도 먹고 물도 마시면서 1시간 정도를 앉아 있었다. 그냥 멀리 야경만 바라보며. 시간 금방 가더라. 삼각대와 카메라 정리하고 하산길을 나섰다. 내려가다 보니 경사가 이래 급했나 싶었다. 야등 때는 경사에 대한 감각이 좀 다른 듯하다. 야등이다 보니 이정표를 제대로 봐야 하고. 조심해야 할 게 몇 가지 있었다.
아침 매우 일찍 일어나 간 원적산. 완전 여름이라 주차장에서부터 벌레가 맞이해준다. 영원사 앞에 주차를 하고. 목적이 등산이었기에 절은 생략.
안개가 자욱한 습한 날이었기에 꽤나 음침한 분위기를 내는 영원사였다. 영화는 안 봤지만 랑종느낌이 드는 풍경. 해가 없어서 등산하기엔 다행인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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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적산 처음엔 빡세다. 꽤나 가파르다. 거기다 이정표가 많이 없어서 등산길이 더 길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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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이정표. 그래도 중간중간 벤치는 있어서 쉴 곳은 있다. 여전히 안개가 자욱해서 몽환적인 느낌이었던 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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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정도 빡세게 올라가면 등반 가능한 원적산. 안개인지 구름인지. 정상에서 근방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신선놀음 같이 하늘에 떠있는 기분이 들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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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오랫동안 정상에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자 안개가 걷히고 푸른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옛날 스위스 여행 때 피르스트에서 이런 풍경을 봤었는데. 그 몽환적인 느낌이 잊히지 않았는데 여기서 또 보게 되네. 산을 일찍 등반하고 안개가 자욱하면 좀 기다리다 보면 이런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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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기다리니 이천 시내까지 보이고 근처 등반로까지 다 볼 수 있었다. 올라갈 땐 해가 없어서 좋았고 올라가서는 걷히는 풍경이 멋졌다. 처음과 끝 등산길이 험난한 산이었지만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는 산. 한 가지 단점은 산에 파리가 많다. 귀에서 파리가 돌아다니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벌레만 아니었으면 더 좋았을 거 같은 산.
인스타에서 본 어느 외로운 나무. 고분들 사이로 홀로 나무가 있는 사진을 봤다. 대구를 가면 꼭 가봐야지 했는데, 결국 가게 되었다. 평일이었는데 몇몇 사람들이 고분에서 한적한 경치를 즐기고 있었다. 여유로운 느낌이 좋았다. 주차장도 꽤나 잘 되어있었고.
대구의 이 고분군은 삼국시대의 고분군으로 210여개가 있다고 한다. 조사했을 때 출토된 유물은 금귀걸이, 유리구슬, 무기, 음식물 등 다양했다고 한다. 5~6세기 정도에 조성되었으며 불로동 지역을 통솔하던 정치집단이 조성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한다. 꽤나 잘 나간 집단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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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분은 생각보다 많았고 전체 면적은 생각보다 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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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중간 앉아 쉴수 있는 곳도 많고 오후 햇살이 딱 들어오는 순간이 이뻤다. 주변은 흔한 도시 풍경이었지만 한참 앉아 있었다.
요즘 꽤 핫한 전시전인 요시고 사진전. 서촌의 그라운드 시소. 평일 낮에 갔는데도 웨이팅이 있었다. 대략 40분 정도 기다려야 하는. 티켓팅하고 밥 간단히 먹고 오기 좋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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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를 받을 수 있는 그라운드 시소 본진. 전시장에서 조금 더 들어가서 표를 받을 수 있었다. 옆에 카페도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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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의 표지 커튼으로 전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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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고가 어릴 때 축구를 하는데 그렇게 잘하지 못했다. 그걸 바라본 아버지는 다른 걸 하는 게 어떠냐고 했다. 요시고는 친구들과 즐기려고 하는 거라 괜찮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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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자체도 따뜻한 느낌이었지만 빛과 그림자를 아주 기깔나게 써서 그런가 더 따뜻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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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고는 그래픽 디자인으로 사진에 입문하여 이런 대칭성이나 선에 대한 생각이 조금 남달랐나 보다. 패턴, 규칙성, 프레임 등등. 역시 사진 같은 것도 자기가 아는 게 나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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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살던 스페인의 사진 다음으로 여행을 하면서 찍은 여행섹션이 있었다. EXPLORE THE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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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사진 중에 제일 맘에 들었던 사진. 대칭과 색깔, 그리고 이 사진이 있던 벽지 색까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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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더웠지만 하늘은 이뻤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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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다페스트 사진. 부다페스트의 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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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진. 일본 인물 사진들도 있었는데 이전 사진과는 느낌이 달랐다. 색다르게 찍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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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사진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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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2~4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층마다 섹션으로 주제가 다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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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살던 해안가의 사진들이 모여있는 곳. 꽤나 하이 앵글로, 다양한 각도로 많은 사람들의 사진들이 있다. 드론으로 찍은 거 같지만 아니라고 한 거 보니 해안가 근처 높은 곳에 살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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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층 야외로 나가면 물 받아놓은 사진이 있다. 표지 사진 따라 찍을 수 있게 한 건가. 완전 하이로 찍기 어려워 똑같이 기분 내긴 어렵다. 그리고 이 사람은 발가벗고 찍힌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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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도 좋았지만 건물 자체도 이뻤다. 옥상에서 내려다보는 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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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층 투어를 마치고 4.5층으로 가보면 약간 추가 사진들이 있다. 필름으로 찍었다고 했었나. 적혀있던 글귀가 기억이 안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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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전 건물이 확실히 이쁘긴 이쁘다.
요시고의 사진들을 보면 직선, 대칭, 빛, 그림자가 강조된 사진들이었다. 특히 건축물 사진은 수직과 대칭성이 강조되었다. 내가 풍경을 찍을 때 많이 생각했던 것들이라 더 와닿았던 거 같다. 그리고 빛과 그림자를 쓰는 게 남달랐다. 건물마다 어떤 빛이 어울리는지 알아보고 그 사진을 찍었다는 요시고. 일출, 일몰과 마찬가지로 딱 원하는 각도로 들어오는 빛도 한순간인데 그걸 잘 캐치하고 찍는 거 같다. 사진전을 보고 나니 건물에 어울리는 빛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빛에 의해 만들어지는 그림자까지도. 여행사진도 이뻤지만 건축과 빛, 구도에 대한 것들이 기억에 남았던 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