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체른의 두 번째 날. 목적지는 필라투스라는 산이었다. 유람선을 타고 갈 수 있지만 그러면 너무 오래 걸려 기차를 타고 Alpnachstad역으로 가서 산악열차를 탔다. 이른 시간에도 사람들이 꽤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 사람만 부지런한 게 아니었다.
산악열차가 잘되있는 것도 신기했지만 중간중간 보이는 숙소도 신기했다. 이런 숙소에서 며칠 지내면 좀 좋을 거 같단 생각을 많이 했다. 경치도 좋고, 산 오르기도 좋고. 여유롭게 지낼 수 있을 거 같았다. 하지만 스위스의 숙소라면 엄청 비싸겠지.
필라투스를 오르고 또 트래킹을 했다. 걸을 수 있는 코스는 많았으며, 산이 높아서 다른 정상마다 내려다보는 뷰가 달라 보는 맛이 있었다. 그곳에서 어느 할아버지 외국인이 말을 걸어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밥도 같이 먹었다. 이야기를 계속하다 보니 게이 할아버지였고 찝쩍거리기 시작해서 내려오면서 바로 손절했다.
후우. 지금 생각하면 참 어이없는 이야기네.
마지막 날의 루체른의 날은 흐렸다. 내가 여행하는데 해가 쨍쨍한 날이 계속 될리는 없지. 원래는 아침 일찍 다음 여행지로 가려고 했는데 루체른 시내를 못 본 게 아쉬워서 조금 시간을 내 오전을 루체른 시내 투어로 보냈다.
루체른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건 마을이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것이었다. 수원에 살아서 수원화성을 자주 가서 나름 애착을 가지고 있는데 루체른도 성벽이 있어 좀 더 맘에 들었나 보다. 수원화성을 거닐며 산책하듯이 성벽을 크게 크게 돌아서 산책을 했다. 생각보다 길었지만 맘에 들었던 산책길. 또 거닐고 싶다.
취리히 다음 목적지는 루체른이었다. 스위스는 교통 연계가 진짜 잘되어있어 이동하기 편하다. 그리고 편한만큼 엄청 비싸다. 보통 스위스패스를 사서 스위스를 여행한다. 나도 용산역에서 스위스패스를 구입했었고 사용하는 날짜를 적어서 기차를 탔었다. 꽤나 연계되는 여행지가 많아서 유용하다.
루체른으로 넘어오자마자 바로 향한 곳은 리기산. 산들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곳. 스위스 패스가 있으면 쉽게 갈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했다.
유람선의 출발 선착장에서 바라본 루체른 시내 강가는 참 유럽스러웠다. 유럽 하면 떠오르는 건물들이 즐비했던 거리.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다. 50분을 타고 가는데 다양한 풍경이 보였다. 멋졌던 먼 거리의 산. 다행히 날씨가 좋아서 계속 유람선 밖에 있었다. 좋은 날씨와 좋았던 바람.
이런 유람선을 타서 틀린 적이 거의 없다.
선착장에 내리고 리기산을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걸어 올라갔다. 가끔 뒤로 돌아봤는데 그 뒤에도 멋진 풍경이 있었다. 걷다가 한 번쯤 뒤돌아봐야한다. 놓칠 수 있었던 풍경이 가끔 멋지게 다가오더라.
리기산 정상을 찍고 한참 구경하고 밥도 먹은 뒤 걸어 내려오고 있었다. 길 옆으로 빨간 기차가 내려오고, 올라가고 있었다. 기차의 색감이 너무 이뻤다. 산인데 나무만 가득한 산이 아니라 들판 사이에 나무들이 조금씩 나와있고, 그 들판 사이 기찻길로 빨간 기차가 달리고 있다니. 롤러코스터 게임을 했으면 이렇게 꾸몄을 법한 풍경이다.
길을 내려오다 어느 밥집, 혹은 술집. 많은 어르신분들이 모여 계셨다. 그리고 지나칠 때쯤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생각보다 엄청 화음이 잘 맞는 멋진 노래. 당연히 가사는 잘 못 알아들었지만.
걷는 길 옆으로 바로 기차가 지나갔다. 다양한 모양의 기차가, 많은 사람들을 태우고 올라가고 있었다.
2시간 걸어서 내려왔나. 걸어오면서 다양하게 구경했다. 들판에 풀어져 있는 소들이나, 천천히 달리는 기차, 멀리 보이는 눈 덮인 산과 강, 동네 주민들의 노래 구경까지.
리기산이 스위스 트래킹 여행의 시작이었다.
다시 루체른으로 돌아왔다. 돌아올 때는 기차를 타고 돌아왔다. 숙소에 짐을 풀고 다시 나와서 시내를 돌아다니려고 했는데 해가 너무 쨍쨍한 하루였다. 이러다 타 죽겠다 싶어 숙소에서 쉬다가 조금 선선해진 뒤 숙소에서 만난 룸메들과 카펠교 근처에 있는 맥주집으로 향했다. 외국에서 피처가 나오는 맥주집이었다. 사람도 많았고, 분위기도 좋았었는데.
스위스 사진으로 앨범을 만들었는데, 그 사진첩에 담지 못한 사진들을 보다가 꽤나 기억에 남는 사진들이 많아 한 개 더 만들었다.
유럽 여행 이후 5년이 지나고, 대학원 생활도 끝나고, 다시 꼭 가고자 했던 스위스로 향했다.
폴란드에서 한 번 갈아탔는데, 환승 기다리면서 처음으로 이름이 불렸었다. 여유롭게 화장실 갔다가 오고 있는데 어눌한 발음으로 내 이름이 스피커를 통해 나오고 있었다. 처음엔 뭔가 했는데 몇 번 들어보니 내 이름이었다. 결국 마지막 승객으로 비행기에 탑승.
비행기는 내가 탔었던 비행기 중 가장 작았었다. 앞에 있던 승객에게 스위스 가는 거 맞냐고 물어봤다. 맞다는 대답을 듣고 안도감에 4시간 딥슬립.
취리히에 도착하고, 숙소로 가기 위한 트램을 탔다. 긴 거리가 아니었기에 금방 도착하겠지 했는데 내가 가려고 했던 정거장이 나오지 않았다. 지도를 켜보니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알아차리자마자 바로 내리고 다시 돌아갈 트램을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주변을 보다 5년 전 누워서 홀로 쉬었던 공원이 눈에 띄었다. 다시는 못 볼 거 같았던 동상과 함께.
별거 없는 그냥저냥 공원이었지만 스위스에 진짜 왔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취리히의 첫 식사, 말스테이크였다. 에어비엔비 숙소에 짐을 풀고 호스트와 간단히 인사를 하고 근처에 밥 먹을 곳을 추천받았다. 그리고 소개받았던 스테이크 집. 고기는 언제나 옳다. 뜨거운 철판 위 레어 말 스테이크는 생각보다 부드럽고 맛났었다. 한 잔의 맥주와 함께 근사하고도 비싼 저녁을 보냈다.
스위스 물가는 미쳤다.
천천히 숙소로 돌아오는 길. 시간을 맞춘건 아니지만 멀리서 구름 사이로 노을이 지고 있었다. 스위스 사람들에겐 별다를 거 없는 보통의 노을.
베네치아에서 야간열차를 타고 다시 온 뮌헨.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뭐하나 싶었다. 좀 돌아다니려고 하니 비까지 내렸다. 저번에 갔던 BMW 박물관을 다시 한번 가보고 뮌헨 일정을 마쳤다. 여행 막바지가 되니 몸도 피곤하고, 계획대로 되지 않으니 힘들기도 하고.
저녁이 되어서야 파리행 열차를 탈 수 있었다. 파리에 도착하고 12시가 되어서야 호텔에 체크인을 했다. 원래라면 파리 한 바퀴 쭉 돌고 쉬고 있어야하는데. 참 여행 어렵다. 늦은 시간, 늦게 잠을 청하고 파리의 첫 날을 맞이했다.
첫 목적지는 개선문. 개선문 옥상으로 올라갈 수 있길레 당연히 올라가 봤다. 관광객이 많아서 표 사는 것도 줄이 꽤나 길었었다. 옥상까지 올라가는 건 계단이다. 생각보다 힘들다. 많이 힘들다. 샹젤리제 거리도 보이고 멀리 에펠탑까지 보이는 곳. 파리의 중심인가 보다.
멀리 보이는 에펠탑. 개선문을 내려오고 샹들리제 거리를 구경하면서 걷고 여러 광장을 돌아다녀봤다.
걷고 걸어서 에펠탑 근처까지 왔다. 어떻게 보면 그냥 철근 같지만 뭔가 모르게 멋있는 건축물. 신기하다.
저녁을 먹고 에펠탑 앞 광장 앞에 앉아서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렸다. 반팔을 입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날이 추워지더라. 소매 안으로 팔을 넣고 몸 완전히 웅크리고 있었다.
길 가다 샀던 에펠탑과 함께.
이윽고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오오 오오오오오오 하면서 조금 더 어두워지기를 기다렸다.
날이 많이 어두워지고 에펠탑이 주는 느낌은 대단했었다. 유명한 건물이라 좋아 보이는 건지, 건축물 자체가 멋져서 유명해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기분이 좋았다. 뭐가 먼저들 어떠냐.
슬금슬금 에펠탑 밑으로 지나갔다. 시간이 많이 지나도 사람들이 많이 남아있었다.
유럽 여행으로 단일 건축물로써 제일 최고였던 에펠탑. 파리 살면 맨날 산책하러, 보러 갔을 거 같다.
그냥 숙소로 가기엔 아쉬워서 유명 건축물들 야경으로 보고 가자했다. 생각해보면 사람이 드문 길로 움직였었는데 안 무서웠나. 지금 가라면 큰 길로만 갔었겠다란 생각이 든다.
마지막 야경 개선문을 마지막으로 숙소로 돌아왔다. 12시가 다되어서야 도착. 4일 일정이 3일로 줄어서 그런지 빡세게 돌아다녔다.
다음 날이 되고, 우리의 일정은 에펠탑을 오르는 것. 전 날 에펠탑을 오를 수 있다는 걸 알고 당연히 올라야지 생각을 했었다. 표를 사려고 보니 줄이 엄청 기었다. 그 줄을 보니 망설여지기 시작했다. 근데 알고 보니 그 줄은 엘레베이터 줄이었고 걸어 올라가면 줄 없이 갈 수 있었다. 그럼 줄 없이 가야지. 역시 높은 건물이었다. 끝까지가 아닌 중간까지 걸어 올라가는데 아마 에펠탑의 다리 정도였던 거 같다. 너무 힘들었다. 이때까지 오른 유럽 모든 건물 중 제일 힘든 계단길이었다. 진짜 겨우 중간층에 도착하고 엘레베이터로 위에까지 갈 수 있었다. 엘레베이터가 유리로 되어 있어 오르는데 조금 무섭긴 했다.
역시 풍경은 위에서 바라봐야 한다.
제일 높은 층까지 올라가서 바라본 파리의 전경. 무섭기도 했는데 바람이 시원했고 높아서 너무 좋았다. 역시 내려다보는 게 멋지긴 하다. 적힌 높이가 280m 정도였다. 숫자로 보니 어마어마한 높이긴 하네.
샹젤리제 거리를 지나 루브르 박물관에 가려고 했는데 마침 그날이 사이클 경주가 있는 날이라 통제가 너무 심해서 돌아가는데 엄청 오래 걸렸었다. 가는 날이 참 장날이다. 어디서 봤던 글대로 하루에 다 구경하기 힘든 루브르 박물관. 저기 삼각형 피라미드 안으로 들어가 입장했다. 어디부터 돌아다녀야 할지 당연히 몰랐기에 발 가는 대로 일단 돌아다녀봤다.
이런저런 그림을 구경하면서 또 그림이 그리고 싶어 졌었다. 미술관 갈 때마다 그런 생각은 드는 거 같다. 그림 그리고 싶다라는 생각. 딱 봐도 유명한 동상, 그림들 여러 가지를 보고 제일 유명한 모나리자까지 챙겨봤다. 역시 모나리자 앞엔 사람이 진짜 많았다. 한 7열정도 되는 사람들 뒤로 줌을 댕겨서 모나리자를 봤다. 본거라 해야 하나 찍었다고만 해야 하나.
마지막 일정은 센느강 유람선. 출발 전 아이스크림 하나 먹고 출발했다. 유람선 타는 동안 설명하는 안내 목소리가 나왔지만 뭔가 맘에 안 들어서 음악을 들었다. 크게 음악을 틀고 창틀에 앉아서 유람선 투어. 설명을 안들어서 어떤 건물이 뭔지는 몰랐지만 나만 들리는 노래와 시원한 강바람, 햇살 비치는 센느강이 더 좋았다. 낫밷 초이스.
센느강을 마지막으로 우리의 여행 일정이 모두 끝이 났다. 숙소로 돌아가 쉬고 돌아가는 날만 남았다.
집에 쉽게 가는 법이 없지 그래. 공항으로 가는 지하철 티켓을 이상한 걸 끊고, 매표원한테 다시 재구매하려고 했는데 현금은 하나도 없고 우리가 가지고 있던 아메리카 익스프레스 카드는 먹히지도 않고. 참 마지막까지 쉽게 흘러가지 않았던 다이나믹한 여행이었다.
막상 마지막 날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니 많이 아쉬웠다. 긴 여행을 마치면 항상 그렇긴 하더라. 비행기를 타기 전 공항에서 본 문구가 노트에 적혀있다. 'Focus on what you have, not what you lost.' 카메라도 잃어버리고, 야간열차 티켓도 잃어버리고, 가방도 잃어버렸던 우리였기에 그 마지막에 본 문구가 너무 감명 깊게 다가왔었나 보다. 이 여행을 마치고 성장해야지, 좀 더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군, 부모님께 잘해야지란 많은 성장 비스무리한 생각이 스쳤지만 잘 되었는지는 아리송하다. 그래도 이 여행이 있었기에 다른 여행도 해볼 수 있었겠지. 계획 없는 정말 막무가내 여행이었다. 지금 이렇게 하라면 절대 안 할 여행. 그때였기에 했었던 여행. 낫밷. 돌이켜보니 힘들었지만 행복한 시간으로 남아있다.
로마에 도착하자 먼저 베네치아로 가는 표를 끊었다. 친구의 가방이 감기면서 없어졌기에 베네치아 표가 없어졌었기에. 그리고 먼저 숙소로. 근데 로마 거리를 걸으니 다른 유럽 도시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뭔가 모를 위화감이 들었다 해야 하나. 더워서 그런 건지. 뭔가 다른 느낌이 들었었다. 숙소에 도착하고 체크인까지 시간이 남아 짐을 맡기고 돌아다녔다. 숙소랑 콜로세움이 생각보다 가까워 걸어가기로 했다.
영화나 TV에서만 보던 콜로세움을 직접 볼줄이야. 뭔가 웅장해지고 신기한 느낌. 유명 관광지라서 그런지 사람은 진짜 많았다. 안으로 들어가는 줄인가. 저 줄을 다 기다리는 게 무서워 우리는 밖에서 구경만 했다.
한국의 경주같은 느낌이랄까. 길 가다 보면 보이는 능과 같이 로마를 돌아다니면 근처에 파괴된 유적지들이 많이 있었다.
판테온이 뭔지 몰랐던 1인. 당연히 친구도 몰랐고. 이름만 들어봤고 게임에서 나오는 케릭 이름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많은 신들을 모시는 신전이었다. 돔의 제일 위는 구멍이 뚫려 있고. 알쓸신잡에서 봤었는데 아치형 구조에서 제일 힘을 많이 받는 부분이 중앙 부분이라고 한다. 그 부분을 비울 생각을 한 게 대단한 거라고 했었다. 이런 내용을 좀 알고 갔으면 좀 더 흥미롭게 구경했을 텐데. 아는 만큼 보인다고. 판테온 근처 유명 젤라토 맛집에 가서 젤라토도 먹고. 맛은 진짜 있더라.
아쉽게 반은 공사중이었던 트레비 분수. 역시나 영화에서 보던 게 내 눈 앞에. 사람들이 진짜 많았다. 모두들 분수 근처에서 사진 찍고 동전을 던지며 소원을 빌고 있었다. 나는 다음번에 던져야지 하고 돌아섰었다.
어느 공원에서 봤던 물시계 일종의 어느 시계. 공원 중앙에 저런 자명종 시계같은게 있는 게 너무 신기했다. 이 공원에서도 예스러운 조각들이 많이 있었다. 역시 롬.
사자 동상이 있던 Piazza Del Popolo. 사자 위에 올라가서 사진도 찍어보고 조금 쉬었다. 그리고 숙소에서 휴식. 이탈리아에서는 조금 쉬면서 움직였었다. 점점 지쳐갔었나 보다. 이 날 지하철 타고 돌아오는데 사람이 꽤 많이 타고 있었다. 우리가 내리는 역에서 친구가 뒤를 돌아보며 한국말로 욕을 했는데 알고 보니 집시들이 친구 주머니를 뒤졌다고 한다. 찰진 한글 욕이어서 그 놈들은 알아듣지 못했을 거지만 평소 욕을 안 하던 친구가 찰지게 하니 신기했다.
마지막 날에 오전에는 근처 산책을 하다가 야경을 보기로 했다. 해가 지기 전 간단하게 파스타와 피자를 사 먹고 바티칸 광장에서 해가 지는 걸 기다렸다. 이런저런 포즈로 사진 찍으면서.
계속 걸으면서 구경했다. 야경의 로마도 정말 좋았다. 천사의 다리, 트레비 분수, 길 가다 우연히 본 회전목마까지. 이 때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졌었는데. 2개를 던지고 2개의 소원을 빌었다고 여행 일지에 적어놨다. 무슨 소원이었을까. 대충 짐작은 가지만 생각이 안 나네.
로마에서 내가 제일 좋아했던 Piazza Della Repubblica. 여행 중간중간 여기에 오게 돼었는데 올 때마다 간식을 사 먹고 물에 발을 담그고 있었다. 너무 더웠던 로마여서 그 시원함이 짜릿하게 느껴졌었다. 시원한 물에 발 담그고 먹었던 맥도날드 선데이 아이스크림이나 과일은 잊혀지지 않는다. 그렇게 유명한 장소는 아니었지만 나에겐 최애 장소였던 광장.
마지막으로 본 야경은 콜로세움. 정말 볼 수 있는 야경은 다 본거 같다. 진짜 많이 걸었었는데.
다음 날, 베네치아로 갔다. 베네치아에서 다음 목적지인 파리까지 가는 표도 감겼기에 다시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직행 기차가 다 매진이라고 했다. 어떡하며 표를 알아보다가, 경로를 알아보다가 베네치아에서 뮌헨으로 뮌헨에서 파리로 가는 방법이 그나마 우리가 갈 수 있는 빠른 루트였다.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표를 구매했다. 베네치아에서 밥도 먹고 신기한 구조의 동네도 구경하다가 리도 섬으로 가려고 했다. 시원한 보트 위 바람이 꽤나 좋았다. 리도에 도착하고 해변가를 찾아서 비치웨어로 갈아입고 짐을 어디 깊숙이 숨겨놓고 해변가에서 놀았다. 해외 해변가는 처음이라 색다른 느낌. 재밌게 놀고 돌아오면서 하이네켄 한 캔 딱 마셨다. 완전 시원하진 않았지만 맛이 너무 좋았었다. 돌아오는 보트 위에서 바라본 노을은 바람과 함께 역시 좋았었다. 물놀이를 하고 나니 더 시원한 느낌.
베네치아에서 뮌헨으로 넘어가는 야간열차. 내가 타본 열차중에 최악이었다. 6명이 한 칸이었는데 의자는 안젖혀지고 옆 사람은 시끄럽고 마실려고 사왔던 물은 알고보니 탄산수였고 먹을 빵은 너무 푸석했고. 정말 최악이 다 겹쳤던 야간 열차. 허리 아파서 제대로 자지도 못하고. 하루 사이에 기분이 왔다 갔다 했네.
독일, 뮌헨이 다음 도착지였다. 숙소에 도착하고 체크인을 하려고 했는데 등록이 안되어있다고 했다. 그럴 리가 없다고 막 이야기를 했는데 명단에 없다고 했다. 그러다 나와서 어떡하지 하다 문득 옆 호텔에 갔는데 등록이 되어 있었다. 우리가 잘못 찾아간 게 아니라 다른 옆 호텔에 등록이 되어 있었다. 정말로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씩씩 거리며 체크인을 하고 늦은 시간에 저녁이나 먹자고 나갔다. 멀리 가기엔 힘들고 지쳐 근처 아무 집에 가서 밥을 먹었다. 맥주와 함께 먹었는데 안되던 일이 그나마 해결되고 지친 상태라서 그런지 맥주가 시원하고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 덕에 분이 좀 풀렸었던 거 같다.
첫날은 그렇게 힘없이 보내고 다음날을 맞이했다. 피곤했던 우리는 실컷 자고 점심 조금 전이되어서야 나설 수 있었다. 우리가 처음 간 곳은 뮌헨의 중심지라고 하는 Marienplatz 광장. 이곳저곳 구경하고 광장에서 쉬었다. 앞에 있던 어떤 외국인이 풍경을 그리고 있었는데 재밌어 보이고 잘 그리고 있었다. 나도 저러고 싶단 생각이 문득 들었었다.
광장도 구경하고 성당같은 곳도 들어가서 구경하고 시내로 나왔는데 마침 이때 Christopher Street Day라고 지금 말하면 LGBT의 축제가 시작되고 있었다. 그 당시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행렬이었기에 구경을 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행렬에 참여하고 있었다.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옷차림의 사람들도 있었고, 트럭 위에서 사탕, 콘돔을 뿌려주던 사람들. 유럽이 한국보다 더 다양하긴 한가보다 생각이 들었다.
행렬에 벗어나 이리저리 구경다녔다. 오를 수 있는 시계탑이면 거의 다 오르고. 이번에 올랐던 건물은 무슨 건물인지 어딜 찾아봐도 나오질 않네.
광장을 벗어나서 조금 멀리 가보기로 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현대식 공원인 English Garden.으로. 걸어서 가고 있는데 어느 다리 밑으로 사람들이 서핑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된 구조 길레 물살이 저렇게 나오는 건지. 도심에서 이런 서핑을 즐기고 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고, 너무 재밌어 보였다. 사람들이 순서를 기다리며 한 명씩 서핑을 즐기고 있었다. 물살이 세서 그런지 위에서도 시원함이 느껴졌고 재밌어 보여 한참을 구경했다.
다시 우리의 목적지로. English Garden으로 가서 자전거도 타고 보트도 탔다. 친구놈이랑 둘이서 이런 걸 타니 좀 그랬지만 그래도 여유를 즐기기 위해. 중앙 호수 섬에 걸려서 발로 밀어내기도 하고. 이쁜 햇살도 비춰주던 곳.
오래 걷고, 자전거도 타고, 보트도 타고 하니 너무 피곤해서 저녁 사먹고 바로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마지막 뮌헨의 날이 왔다. 우리의 목적지는 BMW 박물관. 생각보다 독일에 대해 아는 게 많이 없어서 어딜 갈지 잘 몰랐었다. 근데 막상 지금 생각해도 갈만한 곳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 당시엔 몰랐는데 다시 사진을 정리하다보니 이 차가 롤스로이스였고 롤스로이스가 BMW 회사구나라는 걸 알았다. BMW가 생각보다 큰 회사구나. 그땐 그냥 차가 멋져 보이고 우람해 보여서 찍었었는데. 이리저리 박물관 안을 구경하고 시뮬레이션 같은 것도 한번 참여해보고.
박물관 돈 내고 들어가는 부분도 있었는데 우린 차를 그렇게 돈을 내고 봐야 하나 생각이 들었고, BMW에 대해 지금만큼 관심이 없었던 어린 시절이라 그냥 근처 공원으로 향했다. 가는데 갑자기 비가 너무 많이 내렸다. 거의 홀딱 젖을 만큼 왔다. 어느 하나 쉽게 넘어가는 구간이 없었다. 젖은 몸으로 짐을 챙겨서 다음 목적지를 향한 기차를 탔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탔던 쿠셋 기차. 제일 위칸을 배정받아서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색다른 경험이었다. 마트에서 샀던 빵과 스프라이트로 생명연장을 하며 잠에 들었다.
완전 다른 문화로의 여행이 처음이었다. 서로의 새로움에 놀라고 부러워하고. 내 삶은 내 길에 자연스럽게 맞춰가야 한다.
빈에서 뮌헨으로 향할 때 여행일지에 적었던 내용이었다. 여행을 반 정도 하고 나서 이런저런 생각에 빠졌었나 보다. 항상 이런 일지 마지막에는 잘해야 하지란 말이 적혀있지만 잘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네.
다음 목적지는 예술의 도시 오스트리아의 빈. 원래는 좀 이른 열차를 타려고 했지만 전 날 많이 걸어서인지 일어나질 못해 갈아타야 가는 열차를 탔다. 그것도 겨우겨우 뛰어서 잡은 열차. 가지가지하는 여행이다. 6인 객실 열차를 타고 향했었다. 유럽은 참 다양한 기차들이 많다. 좌석을 돌릴 수 있는 한국 것보다 불편할 수도, 여행 좋아하고 인싸 스타일이라면 더 좋아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빈에 도착하고 먼저 지하철을 타고 숙소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지도를 들고 있었지만 지하철 역에서 숙소까지 가는 길을 몰랐다. 그렇게 계속 헤매고 있다가 근처 가시는 어느 분이 우릴 안쓰럽게 보셨는지 오셔서 길을 직접 안내해주셨다. 유럽인들에게 몇 번 데이고 나니까 천사로 보였던 그분. 잘 살고 계시겠지. 숙소에서 조금 쉬다가 바로 중심지로 나갔다.
지혜의 여신 아테네 동상이 있던 국회의사당. 예술의 도시라 그런지 정교한 동상들을 아주 쉽게 접하고 볼 수 있었다. 뭔가 좀 널려있다라는 느낌을 줄 정도.
빈에서도 역시 우리는 계속 걸어다녔다. 이과생들이었던 우리는 아주 유명한 유럽의 도시들 말고는 잘 알지 못했고, 그만큼 빈에 대해 조사를 했으면 또 몰랐었는데 역시나 하지 않았기에 그냥 돌아다니기로 했다. 길 가는 대로 호프부르크 왕궁도 보고, 공원도 들리고.
멀리서 보여서 가게된 시청. 앞에 플랜카드로 Film Festival이 진행 중이라 알려주었다. 유럽 영화는 잘 모르고 영어로 나오는 영화는 자막 없이 보기는 불가능하기에 그냥 들어가서 분위기만 보려고 들어갔다. 페스티벌에 걸맞게 푸드트럭 같은 곳에서 다양한 음식과 음료를 팔고 있었다. 우리도 그중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사 먹었다. 우리 돈을 받은 중국인이 짜가 돈이 아니냐며 의심을 했다. 고액 지폐라서 그런 건지. 그런데 보니 지폐마다 사인 같은 게 다르게 되어있었다. 뭐가 뭔진 모르겠지만 일단 그냥 넘어갔었다. 지폐마다 다르게 되어있는 건가.
페스티벌 구경을 마치고 또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아까 들렀던 호프부르그 왕궁도 다시 가보고, 슈테판 성당에도 가보고. 그러다 너무 피곤해서 일찍 숙소로 돌아왔다. 여행이 반쯤 진행돼서 그런가, 긴 여행을 해보지 않은 반작용인가 너무 피곤했었다. 숙소 근처에서 파는 아무 버거를 사 먹고 들어와 그림을 그렸다. 뭔가 거리마다 있던 예술의 흔적들이 감명 깊게 다가왔었나 보다. 그렇게 여행하면서 그림을 끄적거리는 게 시작되었다.
프라하의 여인이 방영된 이후 뭔가 로맨틱한 느낌의 도시로 자리 잡은 프라하. 어감부터가 벌써 감성적이다. 사실 가기 전까지 그렇게 기대하지 않았다. 세계지리도 잘 모르고 유럽도 잘 몰라 체코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했다. 야간열차를 타고 자고 일어나서 바깥을 보기 위해 좌석을 벗어났었다. 자기 전까지 뒤에 차량이 더 붙어 있었는데 일어나 보니 뒤에 차량이 없어졌었다. 어디다 떼 버리고 왔나 보다. 그것도 모르고 실컷 자버렸네. 프라하에 맞게 야간열차를 끊어준 거겠지. 아니었으면 어디 모르는 도시에 내려져있었을 거다.
뭔가 유럽 기차역은 한국과 다른 느낌. 그래서 더 느낌이 있게 다가온다.
숙소에 도착하고 주변을 돌아다녀봤다. 동네 수영장이 보여서 갈까 말까 하다가 다시 돌아간 숙소에서 축 쳐져버려서 가지 못했다.
체코에선 유로를 안 받는다길레 가지고 있었던 달러를 코루나로 바꿨다. 영어 할 수 있는 곳이 없어 조금 돌아다니며 고생했다. 돈을 바꾸고 지하철 표를 사고 구시가지로 나갔다.
구시가지 광장에 있던 어느 시계탑. 유럽 어느 구시가지든 오밀조밀 건물로 둘러싸여 있고 중심엔 높은 시계탑이 있다. 뭔가 유럽의 국룰인가보다. 오밀조밀한 건물들이 조금씩 다른 모양, 느낌으로 있고. 웬만한 시계탑은 오를 수 있어서 위에서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그게 참 좋다. 한눈에 도시를 본다는 게.
멀리 프라하성도 보이고 많은 게 보였다. 시계탑에서 바라본 프라하의 지붕은 약간 붉은 갈색톤이었고 햇살에 비친 느낌이 또 낭만적으로 다가왔다. 점점 프라하에 빠지고 있었다. 정각마다 시계탑 위에서 뭐를 연주했었는데 위에서 1번, 아래에서 2번 총 3번을 봤다. 정각마다 많은 사람들이 위, 아래에서 구경하고 있었다. 우리처럼.
한국엔 없어서 더 감성적인 트램. 유럽만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트램이다. 유럽틱한 건물, 도로와 잘 어울린다. 한국의 트램은 어떤 모양을 해야 한국과 잘 어울리려나. 생각 없이 트램을 탔었고 생각없이 내리고 싶은 곳에서 그냥 내렸다. 그리고 지도를 보니 우리가 생각한 방향과 반대방향이었고 다시 돌아가기 위해 엄청 많이 걸었다.
힘들게 다시 구시가지로 돌아오고 날이 어두워졌었다. 낭만적인 프라하의 야경이 펼쳐졌다. 길거리에 파는 맥주 한잔씩 마시고 마냥 걸었다. 보이는 대로, 발이 가는 대로.
프라하성 근처까지도 가보고 이리저리 진짜 많이 걸었다. 그리고 진짜 분위기에 젖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맥주 때문일 수도,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서 그런 걸 수 있지만 너무 낭만적이었다.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면 구시가지에 유럽의 따뜻한 전등이 비추는 거일뿐인데 다른 도시에 비해 왜 이렇게 낭만적으로 다가왔는지.
실컷 걷고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국립박물관 야경도 살짝 보고 싶어서 급히 내려서 구경했다. 낮에도 봤었는데 밤에 보는 건 조금 또 다른 느낌. 그렇게 원 없이 야경 구경을 하고 터질 거 같은 다리를 가지고 숙소로 돌아왔다.
눈을 뜨니, 전날과 좀 다르게 흐린 날씨. 그래 내가 여행하는데 매일 맑을 순 없지. 둘째 날의 목적지는 프라하성. 프라하성에 올랐을 땐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졌다. 이내 그치기도 했지만.
둘러보면서 계속 구경했다. 넓디넓은 곳, 발 가는 대로 계속 걸어 다녔다.
걷다 걷다 프라하 성 정원 쪽으로 가보니 도심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 높은 듯 안 높은 듯한 높이였다. 정원에서 이런저런 장난스러운 사진도 찍어보고, 어느 아이의 눈총도 받아보고. 사진을 다시 보니 흐린 날도 그만한 운치가 느껴지긴 한다.
진짜 많이 걸었다. 실컷 걸었다. 걷다 지쳐 길거리에 파는 아이스크림도 하나 사 먹고. 힘들어서 그런지 단 게 엄청 잘 먹혔다. 순삭 시키고 바로 다시 계속 걸었다. 왜 그렇게 걸었지. 목적지를 정한 게 아니라 정말 발 가는 대로 하는 여행이었나 보다.
프라하 성에서 저 멀리 탑이 보이길레 정말 머네, 갈 순 없겠지란 이야기를 나눴는데 어느새 눈 앞에 있었다. 여기에 도착하자 거짓말같이 맑아진 하늘. 오를 수 있는 탑이길레 당연히 티켓을 끊고 올랐다.
오르는 건 역시 힘들었지만 위에서 부는 바람은 항상 그래 왔듯 시원했다. 조금 더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이라 프라하 성에서 보는 것과는 조금 달랐다.
그렇게 구경을 끝내고 조금 쉬기 위해 숙소로 향하고 있었다. 어느 골목길로 가고 있는데 집 위에 사람 대가리가 있었다. 진짜 너무 깜짝 놀랐다. 일부러 놀래키기 위해 놓아둔 거 같다. 머리가 골목길을 향해 있고 미치지 않고서야 굳이 머리 동상을 저렇게 둘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너무 놀래 웃음만 나오더라. 놀란 맘 부여잡고 걷고 또 걸어 숙소 가서 좀 쉬었다. 숙소에서 조금 쉬고 전날 못 간 수영장 갈까 하다가 너무 피곤해 그냥 야경 구경이나 한 번 더 하러 나가고 쉬기로 했다.
점점 해가 넘어갈 듯한 시간. 다시 길을 나섰다. 어디 유명한 곳보다 지도 보고 끌리는 곳으로. Prague Exhibition Ground라는 곳으로. 그냥 전시장인가 싶어서 가게 된 곳. 돌아다니다 안쪽으로 가보니 작은 롤러코스터가 있었다. 아무도 타지 않고 줄도 없었던 롤코. 갑자기 타보고 싶어서 친구랑 둘이서 타게 되었다. 생각보다 허술해 보이고, 덜컹거리는 게 무서웠다. 그게 또 재미겠지. 소리 지르면서 아주 재밌게 탔다. 그랬더니 다른 외국인들이 우리를 보고 재밌어 보였는지 와서 티켓을 끊더라. 우리가 영업을 해줬다. 소소한 프라하의 재미있던 순간.
프라하 시내 쪽으로 돌아와서 지는 노을도 구경하고 야경도 구경했다. 저녁은 파스타, 스테이크와 체코 맥주. 다른 유럽 도시에 비해 싼 가격에 맛나게 먹었다. 약간 취기가 있는 상태로 걸으며 야경 구경. 프라하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끝나가고 있었다.
물가가 싼 것도 좋았고 무엇보다 분위기가 너무 좋았던 프라하. 도시 전체의 분위기로 보면 밤의 프라하가 제일 맘에 들었다. 참 이게 이름 덕인지, 진짜 분위기가 그렇게 한 건지. 언젠가 다시 한번 친구랑 말고 가봐야지 생각이 든 도시.
멘탈이 살짝 나간 상태로 어쩔 수 없이 다음 목적지 열차를 탔다. 다음 목적지는 스위스. 멘탈이 나갔지만 뭐 어쩔 수 있나라는 해탈한 상태가 되었다. 일어난 일은 어쩔 수 없지란 생각이 이때부터였나 보다. 그런 상태로 기차를 타고 가다 창 밖을 보니 뷰가 환상이었다. 물 색깔도 너무 이뻤고 그 멀리 있는 산까지 너무 멋져 보였다. 이래서 스위스스위스 하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한참을 그렇게 구경하니 어느덧 목적지인 인터라켄에 도착.
인터라켄은 정직하게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호수 두개 사이의 동네이다. 호수 색깔은 하늘색과 에메랄드색 그 사이 어디쯤 색깔. 숙소로 향하는 길 풍경도 너무 멋졌다. 길 가다가 사진 찍고, 잠시 구경하고.
숙소에 짐을 두고 나왔다. 나오면서 길가다 만난 래프팅 홍보하는 사람한테 가서 래프팅을 신청했다. 190유로라 생각보다 비싼 가격이었지만 인터라켄 풍경에 래프팅은 재밌을 거 같아서 무리했었다. 예약을 하고 간단한 점심으로 샌드위치와 콜라를 사서 잔디밭 근처로 갔다. 좋은 경치와 별로인 점심. 마침 사간 콜라는 바닐라 맛이었고 정말 맛없었다. 콜라는 오리지날이지.
간단하게 점심을 챙기고 걸어 다니다가 산 위로 올라가는 열차를 발견했다. 산 위로 가는 열차라니. 바로 가서 타보기로 했다. Harder Kulm이라는 곳. 급한 경사를 오리는 열차도 신기했고 산 위에서 내려다볼 생각에 신났었다. 작은 열차는 아래 경치를 볼 수 있도록 유리창으로 되어 있었고 내려다보는 뷰는 역시 좋았다.
왼쪽 호수, 오른쪽 호수도 보이고 그 사이 인터라켄이 보이고. 역시 경치는 위에서 아래로 봐야 제대로 보는가 보다. 낮풍경 중에서 제일 좋았던 순간. 이쪽에서 보고, 저쪽에서도 보고. 그 산 위를 둘러보다 미끄럼틀도 있길래 한 번 타보고. 훗 날 찾아갔을 땐 없었지만 생각보다 재밌었던 미끄럼틀이었다.
한참 구경을 마치고 내려와서 숙소에서 수건 하나 챙기고 래프팅하러 향했다. 잔디밭에서 픽업하고 래프팅 하는 장소로. 회색깔 강에서 했던 래프팅. 한국에서 1번인가 2번인가 했었는데 물살이 세서 그런지 더 재밌었고 주변의 경치는 이국적이라 더 신기한 경험이었다. 둘러보는 맛이 있었다. 1시간 정도 래프팅하고 가게에서 빵과 치즈, 그리고 맥주를 줬다. 그 맛은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별 다를 거 없는 빵과 치즈 덩어리에서 잘라 준 치즈 조각, 그리고 이름도 기억 안나는 맥주였지만 물놀이 이후 허기진 상태에서 먹었던 그 맛은 진짜 환상이었다. 정말 맛깔난 액티비티를 즐긴 느낌. 이 느낌을 잊을 수 없어 훗 날 또 했었지.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다음 날이 밝았다. 친구가 일어나지 않아 혼자서 아침 산책을 했다. 거리도, 동네를 가로지르는 강도, 약간 쌀쌀했던 바람도, 물에 비치는 햇살까지 그 모든 분위기가 좋았다. 지도도 없고 해서 간단히 한 바퀴 돌아봤던 산책. 뭐든 안 좋을까. 인터라켄 경험이 너무 좋아서 다시 꼭 와야겠단 다짐을 했었다. 야간열차를 잃어버린 탓에 취리히로 빨리 향해야 했다. 그래서 더 아쉬움이 남아서 그 다짐이 세게 남았다.
취리히에 도착하고 야간 열차를 끊고 할 게 없어 공원에서 그때까지의 여행 정리를 했다. 1/3정도 지난 지점. 아직 좀 남아서 길긴 길구나라는 생각과 1/3이나 지났구나라는 아이러니한 생각과 잃어버린 카메라 생각까지. 그렇게 쉬다가 역 근처로 다시 왔다. 취리히에 있는 강에서 사람들이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한강에서는 이런 사람이 없는데 신기했다.
거기다 강에 줄을 설치해서 외줄타기하는 사람들을 발견. 참 별의별걸 다하는 구나라는 생각과 재밌게 하고 싶은걸 잘 즐기네란 생각이 들었다. 한참 구경하면서 떨어지면 같이 아쉬워하고 잘하면 계속 구경했다. 그러다 다시 길을 거닐고 강가 근처에서 우리도 발을 담가 쉬기도 하고. 모든 게 유별나게 자유롭고 좋아 보였던, 정말 다시 오고 싶었고, 다시 와야겠다 다짐을 했던 스위스였다.
우리가 타야 했던 건 야간열차였기에 적당한 식량을 사서 역으로 향했다. 짧은 스위스라 너무 아쉬웠지만 뭐든 아쉬움이 좀 남아야 여운이 가지. 그렇게 우린 야간열차를 타고 다음 목적지인 체코, 프라하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