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 도착하자 먼저 베네치아로 가는 표를 끊었다. 친구의 가방이 감기면서 없어졌기에 베네치아 표가 없어졌었기에. 그리고 먼저 숙소로. 근데 로마 거리를 걸으니 다른 유럽 도시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뭔가 모를 위화감이 들었다 해야 하나. 더워서 그런 건지. 뭔가 다른 느낌이 들었었다. 숙소에 도착하고 체크인까지 시간이 남아 짐을 맡기고 돌아다녔다. 숙소랑 콜로세움이 생각보다 가까워 걸어가기로 했다.
영화나 TV에서만 보던 콜로세움을 직접 볼줄이야. 뭔가 웅장해지고 신기한 느낌. 유명 관광지라서 그런지 사람은 진짜 많았다. 안으로 들어가는 줄인가. 저 줄을 다 기다리는 게 무서워 우리는 밖에서 구경만 했다.
한국의 경주같은 느낌이랄까. 길 가다 보면 보이는 능과 같이 로마를 돌아다니면 근처에 파괴된 유적지들이 많이 있었다.
판테온이 뭔지 몰랐던 1인. 당연히 친구도 몰랐고. 이름만 들어봤고 게임에서 나오는 케릭 이름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많은 신들을 모시는 신전이었다. 돔의 제일 위는 구멍이 뚫려 있고. 알쓸신잡에서 봤었는데 아치형 구조에서 제일 힘을 많이 받는 부분이 중앙 부분이라고 한다. 그 부분을 비울 생각을 한 게 대단한 거라고 했었다. 이런 내용을 좀 알고 갔으면 좀 더 흥미롭게 구경했을 텐데. 아는 만큼 보인다고. 판테온 근처 유명 젤라토 맛집에 가서 젤라토도 먹고. 맛은 진짜 있더라.
아쉽게 반은 공사중이었던 트레비 분수. 역시나 영화에서 보던 게 내 눈 앞에. 사람들이 진짜 많았다. 모두들 분수 근처에서 사진 찍고 동전을 던지며 소원을 빌고 있었다. 나는 다음번에 던져야지 하고 돌아섰었다.
어느 공원에서 봤던 물시계 일종의 어느 시계. 공원 중앙에 저런 자명종 시계같은게 있는 게 너무 신기했다. 이 공원에서도 예스러운 조각들이 많이 있었다. 역시 롬.
사자 동상이 있던 Piazza Del Popolo. 사자 위에 올라가서 사진도 찍어보고 조금 쉬었다. 그리고 숙소에서 휴식. 이탈리아에서는 조금 쉬면서 움직였었다. 점점 지쳐갔었나 보다. 이 날 지하철 타고 돌아오는데 사람이 꽤 많이 타고 있었다. 우리가 내리는 역에서 친구가 뒤를 돌아보며 한국말로 욕을 했는데 알고 보니 집시들이 친구 주머니를 뒤졌다고 한다. 찰진 한글 욕이어서 그 놈들은 알아듣지 못했을 거지만 평소 욕을 안 하던 친구가 찰지게 하니 신기했다.
마지막 날에 오전에는 근처 산책을 하다가 야경을 보기로 했다. 해가 지기 전 간단하게 파스타와 피자를 사 먹고 바티칸 광장에서 해가 지는 걸 기다렸다. 이런저런 포즈로 사진 찍으면서.
계속 걸으면서 구경했다. 야경의 로마도 정말 좋았다. 천사의 다리, 트레비 분수, 길 가다 우연히 본 회전목마까지. 이 때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졌었는데. 2개를 던지고 2개의 소원을 빌었다고 여행 일지에 적어놨다. 무슨 소원이었을까. 대충 짐작은 가지만 생각이 안 나네.
로마에서 내가 제일 좋아했던 Piazza Della Repubblica. 여행 중간중간 여기에 오게 돼었는데 올 때마다 간식을 사 먹고 물에 발을 담그고 있었다. 너무 더웠던 로마여서 그 시원함이 짜릿하게 느껴졌었다. 시원한 물에 발 담그고 먹었던 맥도날드 선데이 아이스크림이나 과일은 잊혀지지 않는다. 그렇게 유명한 장소는 아니었지만 나에겐 최애 장소였던 광장.
마지막으로 본 야경은 콜로세움. 정말 볼 수 있는 야경은 다 본거 같다. 진짜 많이 걸었었는데.
다음 날, 베네치아로 갔다. 베네치아에서 다음 목적지인 파리까지 가는 표도 감겼기에 다시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직행 기차가 다 매진이라고 했다. 어떡하며 표를 알아보다가, 경로를 알아보다가 베네치아에서 뮌헨으로 뮌헨에서 파리로 가는 방법이 그나마 우리가 갈 수 있는 빠른 루트였다.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표를 구매했다. 베네치아에서 밥도 먹고 신기한 구조의 동네도 구경하다가 리도 섬으로 가려고 했다. 시원한 보트 위 바람이 꽤나 좋았다. 리도에 도착하고 해변가를 찾아서 비치웨어로 갈아입고 짐을 어디 깊숙이 숨겨놓고 해변가에서 놀았다. 해외 해변가는 처음이라 색다른 느낌. 재밌게 놀고 돌아오면서 하이네켄 한 캔 딱 마셨다. 완전 시원하진 않았지만 맛이 너무 좋았었다. 돌아오는 보트 위에서 바라본 노을은 바람과 함께 역시 좋았었다. 물놀이를 하고 나니 더 시원한 느낌.
베네치아에서 뮌헨으로 넘어가는 야간열차. 내가 타본 열차중에 최악이었다. 6명이 한 칸이었는데 의자는 안젖혀지고 옆 사람은 시끄럽고 마실려고 사왔던 물은 알고보니 탄산수였고 먹을 빵은 너무 푸석했고. 정말 최악이 다 겹쳤던 야간 열차. 허리 아파서 제대로 자지도 못하고. 하루 사이에 기분이 왔다 갔다 했네.
마린시티를 가면 방파제가 있다. 그 담 위로 앉아서 멀리 광안리 쪽을 구경할 수 있다. 이제는 마린시티가 많이 커서 많은 사람들이 걷는 길이었는데 옛날에는 그렇게 사람이 많지 않았었다. 친구에게 추천받은 이후로 한 번씩 갔었던 길. 사람은 많이 다니지만 그래도 혼자 담 위에 앉아서 바람 쐬기엔 좋다.
조금 어두워질 때까지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 어두워지고 해운대 쪽으로 걸었다. 마린시티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나오는 해운대 해수욕장.
보름이라 그런지 월광이 비칠 정도로 달이 빛나고 있었다. 해수욕장에 앉아 파도 소리를 들으며 혼자 앉아있었다. 달도 한번씩 찍고, 바다도 찍고. 가을의 어느 밤.
언젠가 인스타에서 화려한 건물이 늘어진 사진을 보았다. 부산의 베네치아, 부네치아, 장림포구. 부산이란 걸 알고 언젠가 가야지란 마음을 먹었지만 집에서 생각보다 먼 거리였다. 매번 부산에서갈까 말까고민하다친구 집 간다라는명분을 만들어서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나갔다.
공영주차장이 있어 무료로 주차를 하고 잠시 걸었다. 많이 넓지 않은 편.
양쪽 편으로 많은 배가 선박 되어 있다. 색색깔의 건물은 창고인지, 비어져 있었다. 날이 추워져서그런 건지,사람이 없어서그런 건지.
색색깔의 문은사진 찍기딱 좋다. 한 화면을한 가지색으로 가득 채울 수 있다. 인스타에선 이런 벽으로 셀카를 찍어 9분할로 만들기도 하던데. 굳이 셀카를.
구름이 많이 낀 날이었지만 다행히 해가 지는 모습을 살짝이나마 볼 수 있었다. 한 바퀴쓰윽돌고 주차장으로 복귀.
부산의 베네치아, 부네치아라고 홍보가 많이 되던데 생각보다 사람이 별로 없었다. 덕분에 사진을 마음대로 찍을 순 있었지만. 넓은 곳이 아니라서 적당히 둘러볼 수 있는 곳이다. 아쉽게 주위에 다른 구경할 곳이 많이 없다. 몇 군데 더 돌아다닐 수 있는 곳이 있으면 더 좋을 거 같은데.
치과 치료를 마치고 수원화성으로 향했다. 치과에 가기 전, 화성에서 '수원 문화재 야행' 행사를 한다기에 갈까 말까 하다가 일단 카메라를 챙겼었다. 치과 치료가 빨리 끝나고 가봐야지 싶어서 수원 화성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화성 행궁에는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었다. 홀로 노래를 들으며 나도 돌아다니고 있었다.
조금 더 많이 돌아다닐까 하다 혼자인 게 그 날따라 너무 심심해 그냥 집에 가야지란 생각이 들었다. 버스 타기 위해 정류장으로 향해가는데 왼쪽으로 내려앉는 노을이 너무 선명했다. 아쉬운 대로 장안문까지만 걸어가 보자 했다.
까만 하늘이 노을을 조금씩 덮고 있었다. 서둘러서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 삼각대도 없이 성벽에 카메라를 고정하고 한 번씩 셔터를 눌렀다. 미세먼지 없는 한없이 맑은 날이었길래 바람은 조금 날카로웠다. 그래도 내려가는 붉은빛이 다 사라지기 전까지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