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먼 옛날 친구가 야경 이쁜 곳이라고 추천해줬었던 황령산 봉수대. 어렸을 때 올라가서 뜯어먹었던 치킨이 기억난다. 그 이후 가끔 혼자나 친구들과 찾아가는 곳. 바람 쐬기 딱 좋다. 주차하긴 좀 불편하긴 하다. 차 없으면 가기 불편하다. 올라가는 길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한쪽은 차선이 하나밖에 없으면 오는 차와 마주하면 이제 눈치싸움이다.
황령산 봉수대 전망대가 있다. 이젠 새롭게 단장을 많이해서 매점도 생겼고 하던데. 광안대교 방면을 보면 보이는 광안대교. 조금 멀어서 아주 작게 보인다.
광안대교 끝지점의 남천 쪽 장면.
전망대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진짜 봉수대가 있다. 봉수대 위에서 바라보면 보이는 부산 시내 뷰. 서울만 하진 않지만 빽빽한 부산 야경.
봉수대 반대 방향으로 가면 데크가 하나 더 있는데 그쪽에선 부산항대교 쪽을 볼 수 있다. 부산의 꽤나 중심에 있기에 다양한 방향을 모두 볼 수 있는 곳.
프라하의 여인이 방영된 이후 뭔가 로맨틱한 느낌의 도시로 자리 잡은 프라하. 어감부터가 벌써 감성적이다. 사실 가기 전까지 그렇게 기대하지 않았다. 세계지리도 잘 모르고 유럽도 잘 몰라 체코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했다. 야간열차를 타고 자고 일어나서 바깥을 보기 위해 좌석을 벗어났었다. 자기 전까지 뒤에 차량이 더 붙어 있었는데 일어나 보니 뒤에 차량이 없어졌었다. 어디다 떼 버리고 왔나 보다. 그것도 모르고 실컷 자버렸네. 프라하에 맞게 야간열차를 끊어준 거겠지. 아니었으면 어디 모르는 도시에 내려져있었을 거다.
뭔가 유럽 기차역은 한국과 다른 느낌. 그래서 더 느낌이 있게 다가온다.
숙소에 도착하고 주변을 돌아다녀봤다. 동네 수영장이 보여서 갈까 말까 하다가 다시 돌아간 숙소에서 축 쳐져버려서 가지 못했다.
체코에선 유로를 안 받는다길레 가지고 있었던 달러를 코루나로 바꿨다. 영어 할 수 있는 곳이 없어 조금 돌아다니며 고생했다. 돈을 바꾸고 지하철 표를 사고 구시가지로 나갔다.
구시가지 광장에 있던 어느 시계탑. 유럽 어느 구시가지든 오밀조밀 건물로 둘러싸여 있고 중심엔 높은 시계탑이 있다. 뭔가 유럽의 국룰인가보다. 오밀조밀한 건물들이 조금씩 다른 모양, 느낌으로 있고. 웬만한 시계탑은 오를 수 있어서 위에서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그게 참 좋다. 한눈에 도시를 본다는 게.
멀리 프라하성도 보이고 많은 게 보였다. 시계탑에서 바라본 프라하의 지붕은 약간 붉은 갈색톤이었고 햇살에 비친 느낌이 또 낭만적으로 다가왔다. 점점 프라하에 빠지고 있었다. 정각마다 시계탑 위에서 뭐를 연주했었는데 위에서 1번, 아래에서 2번 총 3번을 봤다. 정각마다 많은 사람들이 위, 아래에서 구경하고 있었다. 우리처럼.
한국엔 없어서 더 감성적인 트램. 유럽만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트램이다. 유럽틱한 건물, 도로와 잘 어울린다. 한국의 트램은 어떤 모양을 해야 한국과 잘 어울리려나. 생각 없이 트램을 탔었고 생각없이 내리고 싶은 곳에서 그냥 내렸다. 그리고 지도를 보니 우리가 생각한 방향과 반대방향이었고 다시 돌아가기 위해 엄청 많이 걸었다.
힘들게 다시 구시가지로 돌아오고 날이 어두워졌었다. 낭만적인 프라하의 야경이 펼쳐졌다. 길거리에 파는 맥주 한잔씩 마시고 마냥 걸었다. 보이는 대로, 발이 가는 대로.
프라하성 근처까지도 가보고 이리저리 진짜 많이 걸었다. 그리고 진짜 분위기에 젖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맥주 때문일 수도,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서 그런 걸 수 있지만 너무 낭만적이었다.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면 구시가지에 유럽의 따뜻한 전등이 비추는 거일뿐인데 다른 도시에 비해 왜 이렇게 낭만적으로 다가왔는지.
실컷 걷고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국립박물관 야경도 살짝 보고 싶어서 급히 내려서 구경했다. 낮에도 봤었는데 밤에 보는 건 조금 또 다른 느낌. 그렇게 원 없이 야경 구경을 하고 터질 거 같은 다리를 가지고 숙소로 돌아왔다.
눈을 뜨니, 전날과 좀 다르게 흐린 날씨. 그래 내가 여행하는데 매일 맑을 순 없지. 둘째 날의 목적지는 프라하성. 프라하성에 올랐을 땐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졌다. 이내 그치기도 했지만.
둘러보면서 계속 구경했다. 넓디넓은 곳, 발 가는 대로 계속 걸어 다녔다.
걷다 걷다 프라하 성 정원 쪽으로 가보니 도심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 높은 듯 안 높은 듯한 높이였다. 정원에서 이런저런 장난스러운 사진도 찍어보고, 어느 아이의 눈총도 받아보고. 사진을 다시 보니 흐린 날도 그만한 운치가 느껴지긴 한다.
진짜 많이 걸었다. 실컷 걸었다. 걷다 지쳐 길거리에 파는 아이스크림도 하나 사 먹고. 힘들어서 그런지 단 게 엄청 잘 먹혔다. 순삭 시키고 바로 다시 계속 걸었다. 왜 그렇게 걸었지. 목적지를 정한 게 아니라 정말 발 가는 대로 하는 여행이었나 보다.
프라하 성에서 저 멀리 탑이 보이길레 정말 머네, 갈 순 없겠지란 이야기를 나눴는데 어느새 눈 앞에 있었다. 여기에 도착하자 거짓말같이 맑아진 하늘. 오를 수 있는 탑이길레 당연히 티켓을 끊고 올랐다.
오르는 건 역시 힘들었지만 위에서 부는 바람은 항상 그래 왔듯 시원했다. 조금 더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이라 프라하 성에서 보는 것과는 조금 달랐다.
그렇게 구경을 끝내고 조금 쉬기 위해 숙소로 향하고 있었다. 어느 골목길로 가고 있는데 집 위에 사람 대가리가 있었다. 진짜 너무 깜짝 놀랐다. 일부러 놀래키기 위해 놓아둔 거 같다. 머리가 골목길을 향해 있고 미치지 않고서야 굳이 머리 동상을 저렇게 둘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너무 놀래 웃음만 나오더라. 놀란 맘 부여잡고 걷고 또 걸어 숙소 가서 좀 쉬었다. 숙소에서 조금 쉬고 전날 못 간 수영장 갈까 하다가 너무 피곤해 그냥 야경 구경이나 한 번 더 하러 나가고 쉬기로 했다.
점점 해가 넘어갈 듯한 시간. 다시 길을 나섰다. 어디 유명한 곳보다 지도 보고 끌리는 곳으로. Prague Exhibition Ground라는 곳으로. 그냥 전시장인가 싶어서 가게 된 곳. 돌아다니다 안쪽으로 가보니 작은 롤러코스터가 있었다. 아무도 타지 않고 줄도 없었던 롤코. 갑자기 타보고 싶어서 친구랑 둘이서 타게 되었다. 생각보다 허술해 보이고, 덜컹거리는 게 무서웠다. 그게 또 재미겠지. 소리 지르면서 아주 재밌게 탔다. 그랬더니 다른 외국인들이 우리를 보고 재밌어 보였는지 와서 티켓을 끊더라. 우리가 영업을 해줬다. 소소한 프라하의 재미있던 순간.
프라하 시내 쪽으로 돌아와서 지는 노을도 구경하고 야경도 구경했다. 저녁은 파스타, 스테이크와 체코 맥주. 다른 유럽 도시에 비해 싼 가격에 맛나게 먹었다. 약간 취기가 있는 상태로 걸으며 야경 구경. 프라하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끝나가고 있었다.
물가가 싼 것도 좋았고 무엇보다 분위기가 너무 좋았던 프라하. 도시 전체의 분위기로 보면 밤의 프라하가 제일 맘에 들었다. 참 이게 이름 덕인지, 진짜 분위기가 그렇게 한 건지. 언젠가 다시 한번 친구랑 말고 가봐야지 생각이 든 도시.